(redz!) 캐빈인더우즈 영화



1. <케빈에 대하여>를 곱씹다, 제목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캐빈인더우즈>가 연상됐다. 재밌다고 소문난 영화를 지나쳤다는 걸 깨닫고 공유 사이트를 열었다. 굿다운로더답게 제휴 파일을 받으려 하는데, 가격이.... 3,500원????? 

2. 그래, 커피 한 잔 값에 불과하지 않냐, 라고 자신을 진정시키며 영화를 받아 재생시켰다. 
도입부는 의뭉스럽다. 영화의 내용을 대강 아는 관객(다운로더)로서 귀엽다고 느꼈다. 

3. 클라이막스에 펼쳐지는 R등급 크리처 파티. 
아쉬운 건, 좀 더 유명하거나 창의적인 크리처가 다수 등장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인간들을 도륙해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륙의 현장을 더 밀도있게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탓에 충분한 쾌감을 느끼지 못했다. 

4. 휴대용 물담배 파이프를 광선검처럼 펼치는 장면, 남자인어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남자 인어를 눈앞에서 보자마자 잡아먹히고 인어의 등에 달린 아가미(숨구멍?)로 피가 뿜어져나오는 장면 정도가 성공적인 유머였다. 

5. 시고니 위버는 카메오 전문이 된듯



베인은 슈퍼히어로 장르를 두들겨팼다 영화


이미지 출처 cine21.com

* 스포 많음

새로 등장하는 배우와 캐릭터들을 숨가쁘게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처럼 초반이 흘러간다. 

베인의 첫 등장은 조커의 등장만큼 귀기어린 장면은 아니다. 영화 내내 보여주는 카리스마도 조커에 못미친다. <다크나이트라이즈>에 조커가 없다는 이유로 전작만 못하다고 느낀 관객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단 한 장면, <나이트폴>에서 가져온 베인과 배트맨의 대결만큼은 조커가 보여주지 못한 압도적 경험을 선사했다. 사이코 범죄자 위주인 고담의 빌런들 중에서 베인은 유일하게 배트맨을 압도하는 육체를 지닌 사나이다. 두뇌 싸움의 긴장이 아닌, 몸과 몸이 맞부딪치는 물질적 긴장감을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악당이라는 뜻일 테다. 배트맨의 가면이 부서지고 허리가 부러질 때 관객은 충격을 받게 된다. 그 활동사진의 긴장감만큼은 원작 만화를 뛰어넘었(다고 느꼈)다. 
얻어터지는 배트맨이 선사한 몰락의 이미지는 곧 고담 전체로 전이된다. 아이맥스 영상으로 고담 곳곳의 지반이 무너지고 다리가 끊기는 장면을 보자면 무너진 배트맨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라이즈>의 고담이 트릴로지 중 가장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마지막편답게 사건의 스케일을 키워서'라기보다 '비로소 배트맨과 고담이 물질적인 위협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베인은 그래서 무섭다. 요약하자면 조커는 정신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 베인은 물질을 가지고 장난치는 놈.

라스 알굴과 탈리아 알굴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원작의 베인은 주체할 수 없는 폭력성과 지배욕으로 뭉친 영리한 짐승이다. 영화의 베인은 라스 알굴의 유지를 잇는 과격 혁명분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별로 무시무시하지 않았던 <배트맨비긴즈>의 라스 알굴이 다시 소환되는 순간, 베인의 카리스마도 그만큼 깎여나간다. 라스 알굴은 배제하고, 베인 캐릭터 자체를 각색해서 혁명분자로 만드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심지어 베인과 탈리아의 러브스토리가 등장하는 순간, 베인의 범죄 동기는 사랑이라는 - 지나치게 납득 가능하고 익숙한 - 평범한 단어로 요약된다. 그리고 영화의 빌런이 베인에서 탈리아로 옮겨간 뒤라 그런지, 놀란은 베인의 최후를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묘사한다. 배트맨 허리를 부러뜨린 베인을 이런 식으로 보내도 되는건가?

이건 사실 놀란표 트릴로지를 관통하는 약점이다. 세 편 모두 두 명의 빌런이 등장하는데 분량이나 존재감 조절이 줄곧 형편없다. <비긴즈>에서는 라스 알굴에 밀려 스케어크로가 안습 신세였고, <다크나이트>에서는 하비 덴트의 존재감이 조커에 묻혔다. 이번 <라이즈>에서는 분량 많은 베인과 갑자기 등장한 끝판왕(인데 엄청 약함) 탈리아가 서로의 존재감을 침범하고 있다. 조커 캐릭터에 감탄했던 많은 사람들이 막상 조커의 최후를 기억하지 못하는건 아마도 그래서다. 혹시나 놀란이 배트맨 프랜차이즈로 돌아온다면, 그땐 한 명의 빌런으로 끝까지 밀어붙였으면 좋겠다. 

이 영화에도 <다크나이트>처럼 철학(혹은 철학 흉내)적 딜레마가 있다. 다만 전작에 비해 훨씬 피상적이고 단순한 차원으로 내려와 있다. 혹자는 <다크나이트>를 새로운 <대부>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라이즈>가 <대부2>가 되길 바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라이즈>는 이 트릴로지를 닫는 법에 대한 훌륭한 답안이긴 해도 <대부2>가 되지는 못했다. 영화 구조를 봐도 마찬가지다. <다크나이트>는 유일한 영화였지만 <라이즈>는 좀더 평범한 블록버스터다.
어쩌면 베인이 조커보다 형이하학적인 악당인만큼 철학놀이가 피상적이 된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장면은 하비 덴트에 대한 비밀이 베인의 입을 통해 폭로되는 부분이었다. 고든이 미처 읽지 못한 고백문을 베인이 읽는 순간 고담의 거짓 질서는 당위성을 잃는다. 선악이 뒤섞인 상태였던 <다크나이트>의 주제의식에 대고 다시 한번 총질을 하는 꼴이다. 전편과 후편이 조응한다는 점에서 즐길 여지가 많았다. 블레이크가 고든을 비난하는 장면을 통해 선악은 다시 한번 혼동된다. 

앤 해서웨이는 그만의 캣우먼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블레이크가 순수한 '디텍티브'로 등장하는건 굉장히 배트맨스럽다. 
'더 배트'를 비롯한 무기들은 보면 볼수록 밀덕 등 각종 덕후들을 공략하기 좋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베인의 혁명성이다. 영화 초반 경찰에 쫓기는 배트맨은 마지막에 이르러 결국 공권력과 힘을 합친다. 문제는 그들 앞에 선 베인의 탈옥수들에게 나름의 명분 - 하비덴트법의 희생양이라는 - 이 있다는 점이다. 이 '전쟁'을 보며 배트맨과 경찰병력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는다.
많은 슈퍼히어로 만화와 영화들이 작품에 성조기를 등장시켜 왔다. 그들은 곧잘 '정의' 대신 '미국적 가치'라는 표현을 쓴다. 상당수의 슈퍼히어로들이 '진정한 미국'을 위해 싸운다. 하지만 미국 바깥의 사람들이 보기에 그 잘난 가치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 <라이즈>는 이 점을 부각시킨다. 여느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미국vs테러범의 구도라면 미국이 분명 '착한놈'이다. 하지만 미국vs미국에탄압받은범죄자 의 구도라면 선뜻 전자의 손을 들기 머쓱해진다. 베인에게는 명분이 있다. 
<라이즈>의 베인이 나름의 명분을 지닌 악당이라는 점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슈퍼히어로 장르 자체에 대한 메타 공격으로 느껴진다. 이 영화에도 성조기가 등장한다. 다만 훼손된채 등장한다는 점이 다르다. 배트맨은 '온전한 미국적 가치'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고담에서 싸운다. 영화는 배트맨에게 안식을 주기 위해 고담 바깥의 새 거처를 마련해줘야만 했다. 배트맨/브루스웨인은 결국 고담에서의 삶을 되찾지 못했다. 

나름의 별점을 매기자면... 네개 정도?


<2012 드라마스페셜> 내가 우스워 보여? 드라마


 월화 스튜디오 녹화. 수요일 촬영 준비. 목금토일 야외촬영.
 저녁일일극의 일주일 스케줄이다. 우리 일 답지 않게 루틴하게 돌아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야기를 찍어내는 공장 노동자가 되는 느낌... 숨막히게 많은 방송분량(하루에 40분식 5일이면 일주일에 200분이다. 한달만 하면
 미드 한시즌 분량은 가뿐히 소화가능하다) 때문에 허덕였었다.


 파업이 끝나고서는 드라마 스페셜 조연출이 되었다. 어느덧 시즌3를 맞는 KBS 드라마스페셜.
 이전 작업과는 전혀 다른 일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복귀하고 첫 발을 담군 작품. 오늘 새벽 6시까지 파인본을 보고 뜨는 해를 맞으며 집에 들어갔더랬지.

이천희씨의 재발견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연기를 너무 잘해주셨다. 그 덕분에 뻔하지 않구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규(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었다.

(redz) <디스 민즈 워> 톰 하디 멋있다. 끝. 영화

(사진출처 www.cine21.com)


피사체로는 그저 그렇지만 일단 여러 컷이 붙고, 활동사진이 돌기 시작하면 멋있어지는 인간들이 있다. 배우 체질인 인간들. 톰 하디도 그 중 하나다. 괜찮은 매력남이지만 개성도 아우라도 부족한 크리스 파인과의 대결에서 압승.

영국인이라 그런지, 굉장히 쿨하다. 특히 마취총으로 크리스 파인을 기절시키는 신의 별것아닌 코미디를 빵 터지게 살리는 연기에 감탄했다.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죽자사자 달리는 모습도.

다음 배트맨에서 베인으로 나온다던데, 쭉 이어 온 무거운 필모도 좋지만 이런 가벼운 영화에서도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근데 한국 사람 중에 표정이나 느낌이 진짜 똑같은 남자가 있는 것 같은데, 누군지 또렷하게 생각나질 않는다. 진구를 많이 닮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물이 진구는 아닌 것 같은데...

톰 하디 외에는 별로 높이 살 부분이 없는 영화였다. 괜찮은 설정과 나쁘지 않은 액션, 지루하지 않을 정도의 코미디, 딱히 쳐지지 않는 전개 속도의 나쁘지 않은 팝콘 무비. 단 리즈 위더스푼이 두 남자의 구애를 받는다는 설정은 억지스럽다. 아주머니... 용감하게 도전하신 건 좋은데 더 어울리는 배역을 찾아보심이...

★★☆




(redz!) 치즈 인 더 트랩, 불길한 치즈의 냄새 문화일반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심한 사람들의 괴력을 눈치채게 되었다. 대범한 사람들이 세계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동안 소심한 사람들은 주섬주섬 세상을 해석한다. 살아남기 위해 예민해질 도리밖에 없는 초식동물처럼 그들은 누가 힘을 가졌는지 계절이 언제쯤 변하는지 민첩하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미미한 자극에 큰 충격을 받고 사소한 현상에 노심초사하는 그들의 인생은 남보다 느리게 흐른다. 타고난 관찰자이며 기록자인 그들의 소극적 복수는 ‘이야기’다. 그들은 더디게 살기 때문에 삶을 사는 동시에 재구성한다. 목소리 큰 당신이 휘어잡았다고 생각하는 어젯밤 술자리에서 벽지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듣기만 하던 동료가 있었던가. 그가 잠들기 전 떠올린 스토리 속에서 당신은 놀림감이었는지도 모른다. 이것이 세계의 평형을 유지하는 메커니즘 중 하나라고 판명돼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 김혜리, 김병욱과의 인터뷰 서문 중에서

서사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생겨난다. 일상 속에 존재하는 아무것도 아닌 일들 가운데 몇몇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들을 건져올려 하나의 실로 엮어나가면 이야기가 생겨난다. 소심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는 늘 새로운 의미가 탄생하고, 사라지고, 변신한다. 

소심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어떻게 서사가 생겨나고 발전하는지, 그 매커니즘을 보여주는 웹툰이 순끼의 '치즈 인 더 트랩'이다. 주인공 홍설은 초년생 시절에는 활달했으나 휴학 이후에 좀 더 조용하고 우울해진, 평범한 여대생이다. 그녀 마음속에서 뭉쳤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는 온갖 음모론은 별나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평범하다. 누구나 남을 오해하고, 남이 나를 오해할까 두려워한다. 순끼는 그 감정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적당히 소심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불안감은 이내 스릴러가 된다. 때로는, 잘린 말 머리가 이불 아래에 놓여 있는 '대부'의 장면 못지않게 긴박하다.

많은 독자들이 스릴러적 연출을 그리워하지만, 캠퍼스 로맨스의 외피를 쓰고 있을 때도 컷과 컷 사이에서는 불길한 냄새가 감지된다. 마음 속 함정에 놓인 치즈가 고린내를 솔솔 풍겨온다. 단절된 소통과 필연적 오해에 기반하고 있는 이 웹툰이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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