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의 'Cry Cry'를 듣다 문득 은지원이 '올빼미(All FAmy)'를 발표한 것이 언제였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2005년의 일이다. 티아라는 나를 6년 전의 추억 속에 빠져들게 했다.
...라는 것은 개소리고, '크라이 크라이'는 '올빼미' 이후 6년 만에 배출된 '가장 괴상하게 웃긴 노래' 부문 단독 후보다. 작곡가 조영수와 제작자 김광수, 그리고 촌티 아이돌 티아라가 만들어낸 환상의 삼중주.
'롤리폴리'의 과도한 복고컨셉(나중엔 심지어 남자 교복을 입고 나온 효연이 껄렁거리며 "얘들아 가자~" 이런 말까지 지껄이던데, 이런 무대 누가 연출한거야... 좀 도를 넘은 것 같지 않았니?)이 '써니'를 보고 감명받은 김광수의 지시였음은 '쿠라이x2'를 통해 명백해졌다. 이건 어디 봐도 '푸른 소금' 보고 감명받은 사람이 지시한 컨셉 아닌가. 아니, 라틴을 표방한 노래 도입부에 왜 어린이성가대 합창과 완전 비장한 둥글게 서서 손 하나로 모으기 퍼포먼스(like 삼총사)가 왜 들어가는거야? 이 노래 끝나면 한 명 총맞고 죽어?
구체적으로 뭐가 웃긴가 하니
헤이, 티 웨~라
: 혀에 벌 쏘인 것 같은 이 발음은 무엇을 의도한 것인가... 이 그룹의 이름은 '작은 왕관'을 뜻하는 영어 단어 티아라와 동음이의어 아닌가? 그런데 왜 티아라가 아닌 티웨~라라고 발음하는 것인가? 혹시나 해서 tiara를 유럽 5개국어로 들어봤지만 어느 언어도 '티웨~라'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혀를 굴리면 본토발음인 줄 아는 촌티는 이 노래 내내 엉터리 영어 및 초딩 영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새빨간 장미처럼 가시같은 말로 날 찌른 너 Uh Uh Uh
: 넌 마치 문신처럼 지우려 할수록 깊게 패여 Uh Uh
문신이 지우려 할수록 깊이 패이나?
수갑이라고 하든지.
Cry Cry Can't you see the music
: 더욱 깨알같은 웃음 코드가 숨어 있다.
'캔츄씨더뮤직' 이거 공감각적 심상이다. 근데 너무 노골적이어서, 작사가가 "이번 노래에는 공감각적 심상으로 센스를 더해야겠다"며 야심차게 가사를 써제끼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소리없는 아우성' 요즘 몇학년 교과서에 나오더라? 딱 그거 배우고 감탄한 중등교육 이수자 수준. 센스가 없으면 억지로 쥐어짜지 말란 말여
불꽃처럼 뜨겁게 You're ma boy
: 이게 진짜 웃긴다. '불꽃처럼 뜨겁게 유아마보이'가 무슨 뜻이야?
이런 초딩 영어 쓰면 앞뒤 안 맞는 표현도 그럴싸해보일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러려면 어려운 영어를 쓰던지 라임이라도 맞추던지 ㅋㅋ 이런 가사를 쓰려면 센스도 없고 영어도 못해야 한다. 둘 중 한 가지 덕목만으로는 이토록 웃긴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심지어 혼자 작사한 노래도 아닌 것 같던데, 작사가들 토익 점수 다 합쳐면 300점 정도 나올 듯
Break it! Come on Come on Yo
Make it! Come on Come on Yo
Take it! Come on Come on Come on
: 스멀스멀 올라오던 웃음은 이 대목에서 폭발한다. 아니 이게 무슨 태사자 시절 랩이야? 조금 전까지 카메라에 총이라도 쏴갈길 듯 비장한 표정으로 노래하던 가수가 '커먼커먼요'라는 여음을 부르는게 말이 되는가. 물론 '커먼커먼요'를 하는 동안에도 비장한 표정은 유지된다. 그래서 진짜 웃긴거다. 게다가 나도 짤 수 있을 것 같은 예상 그대로의 안무까지 곁들이니까.
특히 마지막에 '테잌잇 커먼커먼요' 다음 '꺼머언~' 하고 애절하게 길게 빼는 건 몸빼바지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촌티
Uh Uh Yeah Let's dance
: 이 부분에 등장하는 전보람의 댄스 브레이크를 통해 간신히 이 노래가 라틴풍(을 의도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다른 부분에선 거의 묻어나지 않는다. 그 다음에는... 아마 빨간 마후라를 소품으로 활용한 댄스가 나오던가?
T-ARA Time to love 쉿!
: '티웨~라'가 한 번 더 등장한 다음 '타임 투 러브'라는 정체불명의 마지막 한 마디로 노래가 끝난다. 뜬금없고 개연성 없는 노래라는 기조는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타임 투 러브는 옛날 노래 TTL을 의도한 것 같은데, 자기 노래 제목을 슬쩍 끼워넣으며 센스있어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주로 힙합 가사에서 자주 보이는 방식이며, 요즘 가요들이 힙합적 가사쓰기의 요소(라이밍이나 자기과시 등)를 많이 빌려쓰고 있으니 이런 전략을 택했을 것이다. 근데 개연성이 있어야 될거아녀. 그 뒤에 롤리폴리 보핍보핍 이런 말 막 집어넣으면 그게 센스냐?
이 모든 개그 코드는 시종일관 등장하는 'uh uh'를 통해 하나의 일관된 웃음으로 승화된다. 내적 논리는 없으나, 외피에 같은 페인트를 칠해서 일관성을 얻었다고나 할까? 대체 'uh uh'에 에코 먹여서 수십번 집어넣는 건 또 언제적 센스야
그리고 예쁘장한 티아라 멤버들 몸매를 확 죽이는 촌스러운 의상컨셉 - 언젠가 지연이 입고 나온애매한 길이의 탑은 몸매 좋은 댄스가수를 완전 허리 굵은 애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 과 시종 카메라를 노려보는 비장함이 진짜 웃긴다.
아, 얘네들 너무 촌스러...
웃으면서 무대를 보다보니 제목조차 박명수의 '쿠라이 쿠라이'를 의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지경.
그리고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곡이 4~5곡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의도치 않은 표절일 가능성이 높다. 창작력 따윈 개나 줘버리고 클리셰에 철저히 의존해 살아가는 조영수의 노래 아닌가...
아무튼 정리하자면 '앞뒤가 하나도 안 맞는 괴상망측한 컨셉과 가사에 90년대 후반, 혹은 더 과거로 거슬러간 시기에 발표했어야 할 것 같은 촌티가 줄줄 흐르는' 노래인데다 믹싱의 완성도도 시망이다.
그동안 티아라 노래는 촌스럽거나 이상한 부분이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도를 넘어서니 마침내 컬트적 웃음의 차원으로 승화된 느낌
전에 '보핍보핍'에 관해 쓰면서 세운 가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노골적으로 성을 판매하지 않을 때, 티아라는 촌스럽거나 따분해진다. 이번엔 촌티가 도를 넘어 독특한 재미로 승화됐다는 것이 차이점! 낄낄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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