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dz!) 120분짜리 예고편 <퍼스트 어벤저> 영화

캡틴 아메리카라는 이름, 성조기를 본딴 코스튬 디자인, 전장에서 미국을 대변하는 애국주의적 히어로.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입장에서 가장 영화화하기 껄끄러운 캐릭터였을 것이다. 미국 바깥에서 공감대를 얻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미국 안에서도 자칫 잘못하면 유치뽕짝 컬트 망작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의 인기와 어벤저스 내 비중은, <어벤저스>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는 마블을 캡틴 아메리카 무비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 속으로 끌고 갔다. 한국에서는 본제로 쓰인 <퍼스트 어벤저>라는 부제는, 이 영화가 <어벤저스>의 두 시간짜리 예고편임을 보여준다.

어려운 상황은, 그 동안 힘 빼고 만든 마블의 슈퍼히어로 무비들과 달리 <퍼스트 어벤저>를 더 미묘하고 조심스러운 영화로 만들었다. 캡틴 아메리카가 쫓던 악당이 어린 아이를 물에 던진 뒤 달아나지만 그 아이가 수영을 할 줄 안다는 설정은 <스크림>적인 장르 비틀기의 재미를 준다. 전쟁자금 모금 캠페인을 비꼬는 대목은 <아버지의 깃발>을 살짝 연상시킨다. 애국주의는 영화 전체의 메시지가 아니라 주인공 스티브가 가진 신념일 뿐이다. 이처럼 자신이 만든 세계 속에 한껏 몰입하기보다는 한 발 떨어져 쿨한 태도를 취하려는 작가의 노력 덕분에 <퍼스트 어벤저>는 애국주의를 상당 부분 벗어버렸고, 빈티지 코스튬 군데군데에 남아 있는 성조기 문양도 그다지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던 <인크레더블 헐크>나 주인공 캐스팅의 힘이 컸던 <아이언맨>에 비해, <토르>나 <캡틴 아메리카>는 유치해지기 쉬운 원작을 잘 매만진 각색과 기획의 힘이 빛난 경우다. 다가올 <어벤저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 동안 마블이 별로 신경쓰지 않았던 연출도 <세레니티>의 조스 웨든(적임자!)에게 맡겼다. 조스 웨든은 미드 <파이어플라이>의 극장판인 <세레니티>를 만들며,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도 영화의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하는 훌륭한 재주를 선보인 바 있다. 온갖 히어로들의 경합장인 <어벤저스>에서도 훌륭하게 중심을 잡아낼 것이다. 또한 그 동안 액션 연출에 별로 공을 들이지 않았던 마블 히어로무비들보다 업그레이드된 액션 시퀀스를 선보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퍼스트 어벤저>는 볼만한 오락영화인 동시에 <어벤저스>로 가는 무지개다리이기도 하다.

★★★☆


덧글

  • 잠본이 2011/07/30 18:45 # 답글

    무지개다리! 멋진 비유이십니다. (그나저나 다리가 날라갔는데 토르는 대체 어떻게 지구로 다시 올는지)
  • 쑥대밭 2011/08/11 21:27 #

    백만년만에 블로그 들어온지라 답글이 늦었네요~

    <퍼스트 어벤저>에 등장한 하워드 스타크가 <아이언맨2>의 하워드 스타크와는 배우와 성격 모두 달랐던 걸로 봐서 마블은 각 어벤저스 영화들을 그리 정교하게 연결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다리 따위 있건 없건어느 날 지구에 와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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