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G의 '식스센스'를 좋아하는 이유 문화일반

환호와 실망이 교차한다. 브라운아이드걸스에 대한 반응 얘기다. '식스센스'를 내놓은 브아걸에 대해 김도훈은 '게이 앤썸'이라며 호의를 표했다. 반면 최민우는 '과잉'이라며 낮은 별점을 줬다. 둘 다 일리있는 반응이다.

분명 노래는 과잉이다. 스트링이 과하고, 고음이 과하고, 너무 많은 소스가 꾸겨진 채 들어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김도훈은 이 곡을 특별하게 느꼈겠지만 악곡의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점만큼은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것 같다.

하지만 이 노래를 처음 접한 순간, 나는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첫 만남은 뮤직비디오였다. 비디오는 정신사납고 현란했다. '아브라카다브라' 때의 군더더기없고 재미있는 브아걸이 정신사납고 겉멋든 브아걸로 변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쯤

노래는 클라이막스를 맞았고, 뮤직비디오에는 물대포 장면이 나왔다. 호의를 가지게 된 건 이 장면 때문이다. '물대포를 맞는 전경'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이미지다. 뽀얀 피부와 건장한 신체를 지닌 청년들은 물대포를 맞으며 아우성치는데, 온 몸을 옷으로 싸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섹시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그 순간, 갈 곳을 찾지못해 헤매던 이 노래의 과잉 정서는 분출구를 찾는다. 이 비디오를 만족스럽게 만든 유일한 대목이다. 푸 파이터스의 '더 프리텐더'를 흉내낸 것 같지만, 한국 노래에 등장한 물대포는 미국 노래의 물대포와 같을 수 없다. 푸 파이터스보다 브아걸이 더 좋았다. 특히 전경 청년들이 헬멧을 벗고 뭔가 소리지르는 부분은 강렬하다.

내가 '식스센스'를 좋아하게 된 이유다. 이번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어떤 매체로 먼저 접했느냐에 따라 감상의 시점은 크게 변한다. 이 노래는 뮤직비디오 감상 > 노래만 감상 > 방송무대 감상 순으로 만족도가 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최민우는 아마 노래를 먼저 듣고 이 곡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한 다음 비디오를 보지 않았을까.

반면 방송 무대를 처음 봤다고 상상해본다. 그럼 난 이 노래를 몸서리치게 싫어했을 것이다. 무대매너는 나쁠 것 없지만, 문제는 가사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어, 브아걸 노래치고 가사가 너무 안 들리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이 곡의 나쁜 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차라리 못 알아듣는 편이 나았다. 저질 라임, 뭔가 있어보이지만 무의미한 단어들의 두서없는 나열, 허세 외국어, 제일 재미있어야 할 후렴을 차지하고 있는 '너와 내 사이를 가득 채운 music'이라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문장. 이 저질가사를 친절하게 자막으로 보여주는 방송무대를 구경하다가, 손발 퇴갤할 뻔했다.

최민우의 글을 읽다가 '식스센스'가 '일렉트릭 서커스'(써니힐)를 만든 작곡가와 작사가의 곡이란 것을 알았다. 일렉트릭 서커스라면 삼류 자의식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희한한 노래 아닌가. 그들에게 조금 더 많은 돈과 조금 더 유명한 가수를 붙여준 결과가 '식스센스'인 것이다. '일렉트릭 서커스'가 중2병 앤썸이라면 '식스센스'는 부자 중2병 앤썸.

그래도 난 뮤직비디오는 괜찮았다. 이 비디오가 몇몇 미국 비디오를 심하게 연상시킨다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물대포 맞는 전경 청년들의 얼굴은 여전히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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