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스틸> 영화


<트랜스포머>는 여러 의미에서 막가파식 영화였다. 특히 인물들의 캐릭터나 감정을 소개할 생각 없이 일단 달리고 본다는 점에서 막가파 정신이 느껴졌다. 타이타닉 같은 4시간짜리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는 가운데,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스펙타클과 이야기를 모두 우겨넣다보니 발생한 이상한 생김새였다. 나도 잡지 글을 쓴 다음 분량에 맞춰 탈고하다보면 일정 부분을 뭉텅뭉텅 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이해한다. 물론 한정된 분량 안에서 이야기까지 확실히 전달하는 곡예를 부렸다면 좋은 영화가 됐겠지만, 뭐... 그러지 못했으니 좋은 평을 못 들었겠지

 

<리얼 스틸>을 보면서 느낀 의아함도 비슷했다. 두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관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채 일단 출발하고 보는 식이다. 그나마 휴 잭맨의 캐릭터는 첫 장면부터 비교적 차근차근 제시되는데다 워낙 전형적 인물이라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반면 다코타 고요의 캐릭터는 파악이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 행동하긴 하지만 각 행동의 당위성을 찾기 힘들었다.

내가 보수적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갑자기 최강의 로봇에게 타이틀 매치를 제안하는 당돌한 짓거리를 하는 아이를 보여주려면, 다코타 고요가 그럴 만한 캐릭터로 먼저 제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충동적인 아이라던가 주최측에게 원한이 있다거나 뭐 그런 것 말이다.

이 의문은 엄연한 ‘캐릭터’인 로봇 아톰을 보면서도 똑같이 피어올랐다. 아니, 아톰은 G-2 로봇 주제에 왜 저렇게 센가? 최소한 그 엄청난 맷집을 지니게 된 사연이라도 플래시백으로 처리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1980년대 오락영화였다면 분명 그런 사연이 구구절절 늘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2011년의 <리얼 스틸>은 클리셰에 의존해 설명을 생략한 채 좀 더 빠른 전개를 펼친다. 그래서 속도감은 있지만, 대신 캐릭터들의 매력은 충분히 살아나지 못한다.

<트랜스포머> 식의 문법을 이 가족용 휴먼드라마에 이식할 필요는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블록버스터와 가족용 오락영화 사이에 걸쳐 있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문법은 블록버스터 쪽에 치우쳐 있지 않냐는 불만.

 

위의 불만은 사소한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즐거운 영화였다. 특히 오그라드는 감동 메시지가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결국 새 사람이 된 휴 잭맨은 멋진 아빠로서 새 삶을 시작하는데...” 이딴 오그라드는 결말이 붙어 있다면, 이 영화의 따뜻함이 모두 거짓말임을 느끼고 뜨악한 마음에 극장을 나서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결말은 없었다. 휴 잭맨은 여전히 철없는 아버지이자 실패한 복서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그에게 한풀이 굿 정도이지 새 사람이 되는 계기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혼신의 섀도우 복싱은 더 멋지다. 개과천선 없이도 아름다운 결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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