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들은 대부분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천진한 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복종하도록 길들여진 종, 개의 눈은 조금 더 구슬프다.
인간에게 복종할 숙명의 동물, 인간에게 꼬리를 흔들며 즐거워하는 동물을
한 가지 만들어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개에게 씻을 수 없는 원죄를 지은 것 아닌가.
종 대 종의 원죄 때문에, 집에서 개를 키우게 된다면
늘 그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게 될 것 같다.
다른 동물들의 건방진 몸짓과 달리
나를 보고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흔드는 동물을 보게 된다면
너는 왜 스스로 자유를 포기했니, 내 조상이 너의 조상을 그렇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 것 같다.
(물론 비글같은 악마들도 있고 집을 뛰쳐나가는 개도 많지만
집을 잃어버린 개가 수백킬로미터를 걸어
집(?)을 찾아왔다는 이야기가 미담으로 오가는 것은
우리가 개를 대체 무엇으로 생각한다는 말인가)
대충 이런 생각을 갖고 있던 와중
고향집에서 키우는 식육견들을 만났는데
하필 새끼들이 개장에 가득할 때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개를 반려자인 동시에 식량으로 보는 한국식 관점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한다.
채식주의자의 입장에서 모든 육식을 반대하면 모를까,
개가 다른 동물보다 더 고귀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
근거는 없다.
다만 사람이 만들어낸 개라는 종족의 숙명 때문에
우리는 미안함을 느끼고, 그래서 보신탕에 둥둥 떠 있는 몇 가닥의 터럭을 보면
그렇게 기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위의 이유로
나는 아직 반려동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 생명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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